청와대 앞 11일 째 단식을 하면서 사진

월드컵은 스포츠다.
청와대 앞 11일 째 단식을 하면서
2006. 6. 16.(금요일)
문정현 신부



정부가 추진하는 평택미군기지확장사업은 애초부터 일방적이요 강압적이다. 정부는 주민들에게 정직하지도 성실하지도 않았다. 거짓, 공갈, 협박하면서 차마 눈뜨고 볼 수 없을 만큼 위세를 부렸다. 당사자인 대추리 도두2리 주민은 물론 국민에 대한 본분을 저버렸다.

이 사업의 시행은 법에 따를 뿐 하자가 없다고 주장한다. 법의 이름으로 행정대집행을 하였다. 정든 대추초등학교를 주민들이 보는 앞에서 당당하게 때려 부셨다. 곡식이 자라고 있는 논에 칼 달린 철조망을 겹겹이 치고 강을 파고 그 안에 철조망을 치고 물을 채웠다. 그 건너에 겹겹이 또 철조망을 쳤다. 직파한 벼씩도 쑥쑥 자라고 있지만 철조망에 갇혀있다. 짧은 순간에 주민의 목을 조인 것이다.  

북을 향한 진지보다 더 한 국민을 향한 진지를 구축하였다. 이 꼴을 보이기 싫었던지 검문검색으로  물샐 틈이 없다. 대추리와 도두2리는 외딴 섬이 되었다. 농사짓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죽음과 같다. 하루하루가 지옥이다. 나라를 잃은 주민이 되었다. 정부의 관계기관은  누구도 마을에 출입할 수 없다. 몰래 살피려 들어왔다가 발각되면 쫓겨난다.

나는 행정대집행까지 전 과정을 지켜보았다. 한 마디로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확신한다. 정부가 이 사업을 끝까지 이행한다면 대추리 도두2리 주민을 집단학살하는 것이다. 서서히 단계를 밟아가며 죽이고 있다. 이미 10여명을 죽였다. 행정대집행 이후 투병 중이었던 나의 이웃 한분도 돌아가셨다. 투입된 군이 굴삭기로 웅덩이를 파헤쳐 집 앞에 흙더미를 쌓는 굉음소리에 견지지 못해 비틀거리며 병상을 나와 항의하였다. 그리고 며칠 후에 세상을 떠났다. 이게 학살이 아니고 무엇이냐?

국방부의 행정대집행 이후 줄곧 조여 오는 군경의 압박으로 주민은 압살당하고 있다. 한 밤 중에, 꼭두새벽에 날이면 날마다 군화발소리 기함소리에 질식할 지경이다. 창문 밖에는 전경차량이 밤새도록 엔진소리를 내고 있다. 집 가까이 철조망 안 군 초소에서 비치는 서치라이트를 비추고 있다.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항의를 하지만 요지부동의 바위에 대고 말하는 것 같다. 낮이면 군경의 감시 속에 살고 있다. 주민을 말라죽이고 있다.

지난 5월 5일은 제2차 행정대집행이나 다름없는 지질조사를 하였다. 경찰이 장비의 앞뒤, 좌우 경호하며 벼가 자라고 있는 논에 들어가 짓이기며 조사했다. 이를 말리는 주민들을 밀치는 바람에 두 분이 응급실에 실려 갔다. 나도 큰 부상을 당했다.

당일 김지태 위원장이 평택경찰서에 자진 출두하였다. 그리고 평택대책위 강상원 집행위원장도 김 위원장과 같이 영장실질심사를 하였다. 둘 다 구속되었다. 정부는 주민 대책위와 대화를 제기하여 처음 대화를 하고나서 일어난 일들이다. 대화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 여건조성은 고사하고 지질조사를 강행하였고 두 명을 구속하였다. 대화는 당연히 중단될 수밖에 없다. 이 번 대화요청은 앞선 대화와 다름 아니었다. 대화라는 미명으로 국민을 속이면서 주민을 압살하는 양수겸장이었다. 이렇게 주민은 집단으로 학살되고 있다.

나는 이 상황을 지켜볼 수 없었다. 나는 “김지태와 강상원을 석방하라!” “평택미군기지확장을 전면으로 재협상하라!” “황새울에 배치된 군경을 철수하고 원상 복귀하라!” “주민들이 계속 농사짓게 하라!”라고 주장하며 단식에 들어갔다. 오늘이 11일째다. 나는 이 주장들이 쉽게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동안 주민들의 아픔을 표현하고 싶다. 주민들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를 만방에 알리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다. 간절히 바라건대 국민 누구나 황새울 들녘에 가서 눈으로 보시기 바란다. 눈으로 보면 누구라도 나와 같은 마음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87년 6.10항쟁의 함성은 어디로 살아졌는가? 방방곡곡에서 반독재를 외치던 함성소리가 아직도 쟁쟁한데 소리치던 사람은 온데간데없다. 2002년 효선 미선 추모 촛불은 다 어디로 갔는지. 6.10 항쟁을 기념 만찬이 청와대에서 있었다. 나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식기도 중이다. 참석자들은 모두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다. 대추리 도두2리 주민이 이토록 일방적으로 당하고 있는데, 아직도 독재 하에 시달리고 있는데 청와대에 찾아가 만찬을 하고 있는지 마음이 아프다. 지난 6월 13일 월드컵 토고와의 대전에 광화문의 열광에 나는 청와대 앞에서 홀로 누워 외로움을 탔다. 2002년 6월 10일 월드컵 미국과의 대전의 열광 속에 묻혔던 동록 형제의 장례식 날과 같다. 그 후 3일 만에 효순이 미선이가 변을 당했다. 그래도 월드컵은 진행되었다. 1975년 소위 인혁당 인사 8명의 사형,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가족들에게는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졌는데도 밖에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세상이 그런 것인가!    

6월 18일 “제5차 평화대행진”을 대추리에서 가진다. 월드컵에 그냥 묻힐 것인가? 한미  FTA에 묻혀버릴 것인가? 6.15공동선언발표 6돌 기념행사에 묻혀버릴 것인가? 정부 당국은 원천봉쇄를 한다고 한다. 꿈직한 공권력의 횡포가 예상된다. 불길한 생각을 가슴에 앉고 11일째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 peacewind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5-02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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